어깨선 1.6mm 차이로 반려된 여권사진, 기준은 없는데 지적은 있었다


어깨선 1.6mm 차이로 반려된 여권사진, 기준은 없는데 지적은 있었다

“어깨선이 1.6mm 낮아요” — 황당한 반려 통보

여권사진 한 장이 갱신을 몇 번이고 반려당하면, 사진관 사장님이라면 얼마나 무안할까. 부산 동구에서 15년간 사진관을 운영해온 한 사장님의 사연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언론에 소개되며 화제가 됐다. 그의 이야기는 “경력으로 보나 규격 준수로 보나 문제가 없어 보였던 사진이, 뜻밖의 이유로 반려됐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사장님은 평소 여권사진 규격을 철저히 지켜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구청 담당자가 사진을 보며 지적한 것은 흔히 예상하는 규격 항목이 아니었다. 바로 ’어깨선’이었다. 담당자는 어깨선이 다른 사진보다 1.6mm 정도 낮게 나왔다는 취지의 지적을 했고, 사진은 반려 처리됐다.

사진관에서 출력되는 여권사진 여권사진 촬영 부스를 연상시키는 이미지

여권사진 촬영 부스를 연상시키는 이미지. AI 생성 삽화(주제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재출력 후에도 “아까보다 낫다”

사장님은 어깨선을 올린 듯한 느낌으로 사진을 다시 출력해 제출했다. 그런데 돌아온 담당자의 반응은 명쾌한 합격 통보가 아니라 “아까 것보다 낫다”는 애매한 평가였다. 수치로 명확히 합격·불합격을 판정하기보다 감각적인 비교로 통과시킨 셈이다.

문제의 핵심은 외교부의 여권사진 규격 자체에 있다. 외교부가 고지하는 여권사진 규격에는 얼굴 크기(머리 상단에서 턱 끝까지 33~36mm 등)와 배경색, 찍는 시점(최근 6개월 이내) 등의 항목은 명시돼 있지만, 어깨선의 높이나 어깨가 화면에 나오는 정도에 대한 수치 기준은 별도로 명시돼 있지 않다. 오히려 외교부는 사진의 편집과 보정을 금지하고 있다. 즉, 원본 그대로의 사진을 요구하는데, 사진 원본에는 존재하지 않는 ’1.6mm 수치’를 기준 삼아 반려 논의가 이뤄진 것에 대한 의문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다른 반려 사례들 — 얼굴 빛, 흰옷 비침, 귀걸이

이 사장님의 사연이 알려지자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비슷한 반려 경험이 잇달아 공유됐다. 얼굴에 빛이 반사됐다는 이유로 반려된 사례, 검은 가디건 사이로 흰 옷이 비쳐 나온다는 이유로 반려된 사례, 귀걸이를 하고 찍었다는 이유로 반려된 사례 등이 그것이다. 반려 사유들이 사진관 입장에서 사전에 예측하기 어려운 것들이라는 점에서 공감대가 형성됐고, “규격표에 없는 기준으로 반려한다면 사진관은 뭘 맞춰야 하는가”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공식 안내에는 ’어깨선’이 어떻게 적혀 있나

지방자치단체 여권사진 안내(경기 파주시) — ’어깨선’은 범위 규정이다. 파주시가 안내하는 여권사진 규격은 근거를 여권법 시행령 제5조와 ICAO Doc 9303(기계가독여권) 제1부로 밝히면서 “가능한 귀와 눈썹 부분이 보이게 하여 얼굴 양쪽 끝부분 윤곽이 뚜렷해야 하며, 어깨까지만 나와야 한다”고 적는다. 즉 공식 안내에서 말하는 ’어깨선’은 어깨까지 나오는 범위를 뜻하는 항목이며, 좌우 어깨 높이가 같아야 한다는 대칭 기준이나 1.6mm와 같은 수치 기준은 어디에도 없다. 같은 안내는 “복사한 사진, 포토샵 등으로 수정된 사진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라고 명시하고, “초점이 명확하지 않거나 수정된 사진은 타인으로 오인될 우려가 있어서 안 된다”고 덧붙인다.

외교부 재외공관 표준규격 안내(주레바논 대한민국 대사관) — 수치는 얼굴 길이에 있다. 외교부가 재외공관에 게시한 표준규격은 사진 크기 가로 3.5cm·세로 4.5cm, 머리 길이(정수리부터 턱까지) 3.2~3.6cm, 얼굴·어깨의 정면 방향, 두 귀 노출 등을 계량적 기준으로 제시한다. 어깨 높이의 좌우 대칭은 이 항목 목록에 포함돼 있지 않다.

YTN 보도 — 규정은 오히려 완화되는 방향이다. YTN은 외교부가 여권사진 규정을 완화해 양쪽 귀가 반드시 보여야 한다는 규정이 없어지고 뿔테 안경도 허용됐다고 전했다. 다만 6개월 이내에 촬영한 사진이어야 한다는 원칙과 얼굴·어깨가 정면을 향해야 한다는 조건은 바뀌지 않았고, 안경테가 눈동자를 가려서는 안 된다는 설명도 함께 전해졌다.

논란의 양면 — 기준 부재와 사진 품질 관리 사이

이번 논란은 두 가지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한쪽 관점에서는, 규격에 없는 수치를 요구하는 것은 사진관과 신청자 모두에게 불합리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편집·보정이 금지된 상황에서 촬영 단계에서 통제하기 어려운 어깨선 높이로 반려하는 것은 재현성이 없는 심사라는 지적이다. 다른 관점에서는, 담당자 입장에서도 명확한 어깨선 기준이 없다 보니 감에 의존해 판단할 수밖에 없는 현실, 그리고 여권사진은 발급 시점부터 10년간 사용되는 신원 확인 수단이므로 품질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려는 취지가 있었다고 볼 여지도 있다. 다만 이번 사안에서 담당자 개인의 태도나 업무 능력을 문제 삼는 것은 논점에서 벗어나며, 본질은 ’기준의 부재’가 만드는 현장의 혼선이라고 할 수 있다.

살사리의 결론

살사리는 이 사건의 본질이 특정 담당자의 잘못이 아니라, ’기준이 없는 수치 요구’가 만들어내는 현장의 애매함에 있다고 본다. 외교부 규격에 어깨선 높이 기준이 없다면, 그 어떤 수치로도 반려 근거를 삼기 어렵고, 재출력 후 “아까보다 낫다”는 평가도 합격 판정으로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는 담당자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규격의 명확성이 부족할 때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갈등의 전형이다. 다만 여권사진의 목적이 신원 확인임을 감안하면, 기준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어깨선 포함 여부와 범위를 규격서에 명시하는 방향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이 살사리의 판단이다. 기준이 명확해지면 사진관도, 신청자도, 담당자도 모두 득볼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 줄 정리

어깨선 1.6mm 반려 사건의 진짜 쟁점은 누가 틀렸느냐가 아니라, 규격서에 없는 기준을 현장이 혼자 감으로 채워야 하는 구조 자체다.


원문 출처: 동아일보 (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261004/1347809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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